[표지이야기]트위터 영향력 줄고 페이스북·카카오톡 뜬다

‘SNS 무용론’은 성급한 결론… “12월 사상 최초의 SNS 대선 될 것”

총선 결과 누적된 과잉 정치화에 대한 피로감이 드러나면서 SNS 사용자의 중심축이 트위터에서 또다른 SNS 서비스인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위원은 “뉴스에 대한 피로현상이 20~30대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트위터의 경우 사용방법이 쉽지 않고 또 열심히 정보를 올렸는데 다른 사람이 RT를 안 하는 식으로 반응이 없으면 쉽게 좌절하게 된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이 첫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2010년 3월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2012년 8월 현재 카카오톡 사용자는 5600만명. 대한민국의 인구 수를 추월하는 사용자다. 카카오톡은 모바일에서만 구동된다. 사실상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카카오톡을 설치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강점뿐만 아니라 기존에 익숙한 문자메시지와 비슷한 ‘경로 의존성’ 때문에 20대의 상당수가 트위터에서 카카오톡으로 이동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소셜분석 전문가들에 따르면 2012년 대선에서 SNS는 여전히 영향력을 가질 것인가라는 질문은 우문이다. 이미 SNS는 생활의 일부로 들어왔고, 특히 모바일 환경에서 소통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사진은 휴대폰으로 한 행사장에 등장한 배우들을 찍고 있는 사람들. | 김영민 기자

반면 30대 중반 이후 40대까지 세대는 다르다. 이들은 10대나 20대처럼 문자메시지에 익숙한 세대가 아니다. 사회생활을 통해 ‘인맥’의 중요성을 경험적으로 깨달은 이 세대가 트위터 다음으로 선택한 것은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에서 정보가 유통되는 방식은 트위터와 상당히 다르다.

<페이스북의 비밀>을 쓴 진범신 네오리더 대표는 책에서 “왜 페이스북에는 ‘좋아요’ 버튼밖에 없을까”라고 묻는다. “페이스북을 설계한 마크 저커버그는 사람들이 어두운 면보다는 밝고 긍정적인 내용의 포스팅을 하도록 유도한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릴 때는 자신에 대한 주위의 평판을 끊임없이 의식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페이스북의 인맥관계는 현실세계 오프라인에서의 인맥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서 듣기 싫은 소리를 하기 어렵다.”

여기에 덧붙여서 페이스북의 ‘비밀’은 이것이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 사적 개인의 정보를 끊임없이 페이스북 상에 털어놓게 만든다. 게다가 페이스북은 일종의 ‘닫힌계’다. 로그인해야만 정보를 올릴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쏟아놓은 정보는 다시 정교한 ‘텍스트마이닝’의 대상이 된다. 페이스북은 개인이 올린 사용자 정보를 바탕으로 사용자들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갖거나 상품에 대한 평을 유도하고 광고를 보게 한다.

20대, 트위터에서 카톡으로?
강정수 위원에 따르면 페이스북이 축적하고 있는 ‘개인정보’는 미국 대선에서 ‘마이크로 타기팅(Microtargeting)’의 수단이 된다. 한 페이스북 사용자가 오바마 캠프의 페이스북 앱 사용에 동의하면 추출해낸 개인관계 등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그 사용자에게 맞는 최적의 선거운동 방법을 동원한다. 예컨대 A라는 사용자의 인맥관계에서 B라는 사용자가 중요하다고 나타난다면 ‘B가 출연한 오바마 지지 동영상’을 A의 타임라인에 보낸다. 자연스럽게 A는 오바마 측 캠페인을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사용자의 과거 기부금 실적 데이터에 기반해 적정한 액수의 후원금 기부를 개인별 맞춤형으로 요청하기도 한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카카오톡이 활용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정치적 파급력 역시 만만치 않다. 카카오톡을 SNS로 규정하기에는 애매한 구석이 있다. 카카오톡은 보통 MIM(Mobile Instant Messenger)로 규정되고 있다. 이수진 ㈜카카오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프라이버시와 공공성을 기준으로 SNS를 분류한다면, 공공성 쪽에 가장 가까운 쪽에 트위터가 있을 것이고, 중간 정도에 페이스북, 그리고 프라이버시에 가까운 쪽에 카카오톡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카카오가 최근 론칭한 카카오스토리는 인스타그램 등과 함께 SNS로 분류할 수 있다.

김성훈 전 한나라당 디지털정당위원장은 지난해 당대표 경선에서 한나라당 당원들과 카카오톡을 통한 대화를 시도했다. “대부분 50~60대 당원이 많아 전체 당원 중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얼마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등록을 해보니 그 중 3만5000명이 카카오톡을 통해 등록했다.” 당대표 선거에서 그 영향력은 컸다. 김 위원장의 기억에 따르면 당대표 선거가 끝난 한참 뒤에도 홍준표 당시 대표를 만난 일반 당원들이 “그때 카카오톡을 통해 직접 대화를 한 누구”라고 밝히며 인사를 해오더라는 것이다.

야권, ‘총선 SNS’ 실패한 까닭은
“청개구리가 된 심정이다.” 소셜컨설팅 회사 트리움 김도훈 대표의 말이다. 그는 총선 전 모두 SNS 여론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중요한 것은 트윗 양의 규모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총선 후 트위터 열풍이 식자 다시 그 중요성을 역설하는 자신의 처지가 ‘청개구리’ 같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 등에 비해 SNS전략이 두드러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포지셔닝에는 상당한 성공을거두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사진은 8월 5일 서울 상암동에서 누리꿈 스튜디오 20대 청년들과 대화를 나눈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박근혜 후보. | 강윤중 기자

총선 전, SNS는 2012년에 치러지게 될 총선과 대선, 양대 선거를 결정하는 핵심 고리로 이야기됐다. 그런데 총선 결과, ‘멘붕’(멘탈붕괴)이 왔다. 투표율은 과거 총선보다 높아졌지만, 결과는 SNS 여론 동향과 달랐다. “SNS가 부정확한 정보, 괴담유포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은 오프라인에서 기득권을 가져왔던 보수매체와 이명박 대통령이 줄곧 주장해온 프레임이다. 이른바 인포데믹론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다. 총선 전 SNS 여론만 놓고 보면 야권의 압승이었다. 오프라인에서는 이른바 ‘막말파문’으로 서울 노원갑 후보로 출마한 김용민 후보가 공격당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SNS 여론은 김 후보 옹호가 우세했다. 결국 야권이 판세를 잘못 읽고 오판한 데에 SNS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통진당 사태로 인한 2차 멘붕.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트위터 상의 여론을 보면 총선 전에도 민주당 지지율이 낮게 나왔다”고 말했다. 오프라인보다 트위터 여론은 더 ‘왼쪽’이었다.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녹색당과 관련된 게시물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통합진보당 사태’는 SNS 상 진보정당 옹호자들의 설 자리를 뺏어갔다. SNS 여론에 대한 신뢰도 금갔다. 이건 야당측 이야기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SNS에서 선방했다. 관련 업계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 당시 SNS 대응에 상당한 비용을 지출했다. 정상급 소셜분석 업체를 2곳 이상 계약해 방어에 나섰다. 이른바 ‘SNS 활용지수’도 만들어 공천에 활용했다. 대선을 4개월 남짓 앞둔 현재도 마찬가지다. 여야 각 대선 캠프들은 업계 1~2위를 다투는 소셜분석 업체들과 계약을 맺어 판세분석과 선거운동에 활용하고 있다. 김도훈 대표는 “SNS의 영향력은 총선보다 대선에서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총선은 각 지역구별로 치러지는 게임이다. 비유하자면 각 지역의 치킨집이 싸우는 싸움이다. 정당, 말하자면 치킨집 브랜드에 대한 관심은 떨어진다. 하지만 대선은 다르다. 후보자들이 두세 명으로 좁혀진 가운데 결정하는 싸움이기 때문에 전 국민적 관심이 그들 한두 사람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퍼지는 전국화된 여론 방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SNS 여론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차이가 있다. 강정수 위원은 “SNS는 이제 마치 이메일처럼 인터넷에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는 서비스가 되었다”면서도 “SNS에서 여론이 형성되는 방식은 각자가 다 다를 수밖에 없는데 지금까지는 그 부분이 간과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강 위원에 따르면 SNS, 즉 사회관계망서비스는 ‘소통(커뮤니케이션)’이라는 공통의 키워드를 갖지만 콘텐츠와 공유되는 방식은 주요 서비스들이 전혀 다르다. “이른바 ‘파워트위터리안’이라는 말이 보여주듯 트위터 커뮤니케이션은 비대칭적이다. 서로 팔로하고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정보는 빠르게 확산되지만 일방적 소통이 일어난다. 140자로 텍스트 수가 제한되어 있는 것도 정보의 휘발성이 강한 대신 빠르게 확산된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여론 차이 크다
트위터의 경우 정보공유 확산이 목표가 된다. 반면 페이스북의 경우 역시 ‘공유’ 기능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친밀성’이 강조되는 구조다. 페이스북은 140자 제한이 없을 뿐더러, 사용자가 콘텐츠를 읽을 수 있는 범위를 정밀하게 제한할 수 있다. 트위터의 팔로에 해당하는 ‘친구’ 관계에서도 특정 콘텐츠에 제한해 열람 제한을 걸 수도 있다. 강 위원은 “트위터 여론의 기본적인 소스는 보통 다른 데에서 오는 경우가 많은데 여론의 폭발력을 증가시킨다는 데 그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과학기술대학원 교수는 트위터 여론을 분석하다보면 하나의 패턴이 보이는데, 낙타 등의 혹 또는 <어린왕자>의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처럼 두 개의 종 모양 그래프가 그려진다는 것이다. “처음 트위터 상에서 이슈가 되면서 전체 트윗 양을 집약해보면 작은 종 모양의 그래프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다시 언론 보도 등을 통해서 트위터 화제가 공유되면서 2차적으로 더 큰 모양의 그래프가 뒤따라온다.”
트위터 여론에 대한 ‘오해’도 없지 않았다.

이번 대선에서 트위터, 페이스북과 함께 카카오톡은 막판 대선 승패를 가르는 유력한 소통수단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 7월 31일, 카카오톡 본사를 방문한 문재인 대선후보가 직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봉간 유저스토리랩 이사는 “트위터 여론을 마치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기관의 결과처럼 ‘여론의 바로미터’로 단정지어서는 안 되는데, 언론 등에서 섣부르게 단정지은 면이 있다”고 말했다. 원래 트위터 사용자들은 국민 여론 전체를 대표할 수 없다. 그동안 많이 공유되고 퍼진 콘텐츠를 분석하면 특정 성향과 계층, 그리고 특정 연령대에 사용자가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트위터 여론의 중요성이 특히 부각된 데는 각종 선거라는 정치적 시기와 맞물린 측면도 있지만 전 세계적 추세와 달랐던 한국 인터넷의 독특한 SNS 수용경로도 있다. 페이스북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2004년이었다. 트위터 서비스가 처음 론칭된 것은 2006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모두 PC 인터넷으로도 접속가능하지만 주로 모바일 인터넷으로 접속하는 일이 많다. 그런데 한국에서 모바일 인터넷은 아이폰이 출시된 2009년 11월 이후부터다. 모바일 인터넷 대중화가 2년 넘게 지체되면서 페이스북보다 트위터가 SNS서비스의 대표주자로 먼저 알려졌다. 김성훈 전 한나라당 디지털정당위원장은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트위터가 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 인터넷 초기엔 종전 10대와 20대들이 많이 사용하던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대신하는 서비스가 없었다. 트위터가 그 역할을 일정 정도 대신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카카오톡이 나오면서 스마트폰 대중화로 넘어가던 과도기에 트위터가 하던 역할을 흡수했다고 할 수 있다.”

트위터가 SNS 전부는 아니다
2012년 대선은 어떻게 될까. 일단 궁금한 것은 오바마처럼 정밀하게 타기팅해서 선거운동을 한다든가 대선 막판에서 카카오톡을 활용한 선거운동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 93조 1항에 대해 한정위헌을 낸 것에 맞춰 올해 초 선관위가 새로 마련한 관련 규정 운영에 따르면 SNS 등 홈페이지를 통한 개인정보 수집이나 후원회를 통한 선거자금 마련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프라인에서 정보수집은 막되, 온라인은 풀겠다는 취지이기 때문에 오바마와 같은 ‘마이크로 타기팅’은 능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 된다. 카카오톡을 활용한 막판 지지는 선거 당일을 제외하고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규정되어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가능하도록 바뀌었다는 것이 선관위 설명이다.

4·11 총선 이후 트위터 사용량은 과연 줄어들었을까. 트윗믹스가 집계한 트윗량 추이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8월까지 전체 트윗량은 증가세는 다소 둔화되었지만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 유저스토리랩 제공

12월 대선에서 여론의 움직임은 종전처럼 트위터와 같은 ‘단일서비스’가 아닌 SNS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정수 위원은 “트위터 여론이 현재는 소강상태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근 공지영 논쟁이나 올림픽 축구처럼 특정한 계기와 정보만 주어지면 대단히 많이 증폭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특히 대선에 임박한 시점에는 2002년 휴대폰 문자메시지의 역할을 카카오톡이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선 2~3일 전부터 당일까지 2002년 선거 전날 정몽준과 노무현 합의 파기와 같은 특정한 방아쇠 역할을 하는 사건이 있을 경우 카카오톡을 통한 ‘후보 선택’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외부로 드러나지 않지만 페이스북 SNS 네트워크를 통한 토론 역시 대선의 향방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트위터를 중심으로 한 소셜분석 자체의 문제점 지적도 나온다.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오는 대부분의 SNS 분석은 트위터 분석이다. 페이스북이나 SNS와 경계가 애매한 카카오톡 등에서의 논의는 반영되지 않는다. 장덕진 교수는 “소셜분석이라고 하지만 대부분 외부에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는 트위터 자료에 대한 텍스트 마이닝에 근거해 감정분석을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텍스트 마이닝은 얻어진 전체 데이터에서 특정한 키워드를 추출해 그 관계를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감정분석은 다시 여기서 언급되는 방식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를 언급한 트윗이 급증했다고 반드시 손 후보 쪽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실제 감정분석을 해보면 손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이 더 많았다. 장 교수는 “감정분석의 정확도는 보통 60% 내외로 이야기되는데, 동전을 던져 나오는 확률이 50%이니 사실 그 정확성에 대한 신뢰는 낮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도훈 대표는 “아마 캠프 쪽에서도 답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정분석에 대한 불신이 퍼져 있는 셈인데, 두 가지 딜레마가 있다. 첫째로 결과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고, 둘째로 정확하더라도 오프라인의 여론조사에 비해서 새로 얻을 인사이트가 별로 없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즉 캠프 쪽에서 보기에는 ‘뻔한 결론’을 제시하는 수준의 결과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사전경고의 의미에서 안 쓸 수는 없기 때문에 소셜분석을 일종의 ‘계륵’처럼 간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셜분석 서비스 ‘소셜 메트릭스’를 제공하는 다음소프트의 권미경 이사는 “기업들이 요구하는 신제품에 대한 것은 SNS 상에서 오갈 수 있는 반응이 대부분 정해져 있는 반면, 사회 이슈에서 정확하게 여론 추이를 뽑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며 “물론 정치 이슈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품은 더 많이 들지만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용후 ㈜카카오 전략고문은 “이전에는 정보가 확산되는 기준이 포털이나 검색엔진 결과에 최적화된 내용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현재는 링크를 기반으로 확산된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고문은 “카카오톡의 경우 트위터처럼 외부로 드러나지 않지만 사용자들이 공유하는 정보의 자발적 확산은 굉장히 많을 것으로 추산한다”며 “이런 자발적 확산을 누가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셜분석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대선에서 SNS의 영향력은 여전히 유효할까”라는 질문은 우문(愚問)이다. 이미 인터넷 사용에서 중심은 포털에서 SNS로 넘어갔다. 지금까지 소셜분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트위터는 SNS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SNS와 블로그, 커뮤니티를 넘나들며 대선 여론은 요동칠 것이다. SNS 여론을 장악하는 것은 반드시 그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중 하나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런 판도 변화를 정확히 이해하는 인사가 12대 대선의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이 많다. 그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유력대선 후보의 SNS 활용 성적표는

현재 유력한 대선후보군의 경우 정상급 소셜분석 업체들의 컨설팅을 받고 있지만 막상 SNS에 대한 활용이나 이해도는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야권의 부진이 두드러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도훈 대표는 “SNS 여론을 분석해보면 문재인 후보의 경우 SNS 사용자들이 진보지향성이 많다고 한다면 사실 문 후보의 ‘자기 스스로의 프레임’이 제일 인기가 있어야 하는데,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프레임이 확산되지 않고, 전형적인 비판담론, 즉 문 후보가 박정희나 박근혜 후보를 비판하는 내용이 보다 호응을 얻고 있다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며 “반면 박근혜 후보의 경우 진보판인 트위터에서조차 복지에 대해 발언을 하면 RT를 많이 받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결국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느 쪽으로 기울 수도 있는 중간지대의 스윙보터(swing voter)를 움직여야 하는데, ‘내꿈이 이뤄지는 나라’를 내세운 박 후보는 성공적으로 프레임 전략을 실천하고 있는 반면, 문 후보의 경우 ‘우리나라 대통령’, ‘대한민국 남자’ 등 자기 프레임을 구축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이한 것은 안철수 원장이다. 문 후보나 박 후보와 달리 안 원장은 SNS를 드러내놓고 사용하고 있지 않다. 오프라인에서 캠프와 같은 조직을 만들지 않고, ‘자발적 후원회’를 자처하고 나선 사람들과도 의도적으로 단절하면서도, SNS의 작동원리를 가장 효과적이고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브이소사이어티를 매개로 안철수 원장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가 높아져가던 지난 8월 14일 안 원장 측은 ‘진실의 친구들’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했다. 이 페이지 개설은 금태섭 변호사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일 홈페이지라면 불가능한 검증공세에 대한 개별적 반박을 SNS를 통해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