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승호가 만난 사람]‘신과 함께’ 작가 주호민 “개성 없는 주인공 등장시켜요”

네이버에 <신과 함께> 저승편, 이승편, 신화편 3년간 연재를 마친 주호민 작가를 만났다. 연재를 끝낸 소감과 만화의 탄생 배경, 앞으로의 계획 등 만화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신과 함께>는 2011년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 만화부문 대통령상과 2011년 제8회 부천만화대상 우수이야기만화상을 수상했으며, 서울신문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최해서 만화가, 학계, 출판계, 평론계 전문가 100명이 선정한 ‘한국 만화 명작 100선’에 뽑히기도 했는데, 시대를 망라해서 뽑힌 최고의 작품들 중 <신과 함께>는 가장 최근에 그려진 작품이었다. 그 외의 대표작으로 <짬>, <무한동력>이 있다. 주호민 작가와의 인터뷰는 9월 3일 오후 홍대 앞 커피숍에서 진행되었다.

지승호(이하 지) <신과 함께> 3년 연재를 끝낸 소감은 어떠세요?

주호민(이하 주) 1주일 됐는데요. 아직까지도 실감이 안나요.

지 저승편은 김태용 감독이 영화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요.

주 김태용 감독의 영화를 얼마 전에 몰아서 봤습니다. <가족의 탄생>이라든
지, 상당히 좋더라구요. 그래서 크게 기대가 됩니다. 처음 제의받았을 때부터 ‘도대체 이걸 어떻게 만들 생각인가?’ 궁금했었는데요. 시나리오도 나오고, 구체화되는 것을 보니까. 충분히 가능하겠다 싶더라구요. 기술도 많이 발달했구요. 올해 말에 캐스팅을 하고, 내년 초에 들어가서 내년 말에 개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 <신과 함께>는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요?

주 한국 신화를 접하게 되었는데, 한국 신들이 분류가 되어 있는 책이 있었습니다. 저승의 신, 이승의 신, 이런 식으로 분류가 되어 있더라구요. 한꺼번에 다루면 중구난방이 될 것 같아서요. 그래서 저승, 이승, 신화의 원전 이야기를 따로 다루자고 해서 처음부터 3부작으로 나눠서 기획을 하게 됐구요. 저승편은 한국 전통의 저승관이다보니까 자연스럽게 한국인들이 보편적으로 저지르는 죄들, 또는 그런 죄를 저지르게 만드는 사회 구조에 대해서 그리게 됐습니다. 이승편은 주로 가택신들이다보니까, 그 기획할 당시에 용산참사가 있었거든요. 자연스럽게 재개발하고 연관시켜서 그리게 됐고, 신화편은 신화를 재해석해서 그렸어요.

지 나오는 신들이 인간적이에요. 무섭다기 보다는 허술한 면도 있고, 마음도 약하고, 실수도 하고, 인간에 대한 연민도 많고.

주 원전이 그래요. 거기서 매력을 느낀 거거든요. 서양의 사신 같은 경우는 한마디로 자비가 없어요. 혼을 가져가고, 혼을 가져가지 않으면 뭔가 거래를 하잖아요. 이런 무서운 존재인데, 동양의 신, 특히 한국 신화의 사신이라고 할 수 있는 저승차사들은 일단 실수가 엄청 많고, 죽어야 할 사람이 아닌데 데려가거나, 그 반대의 경우나, 뇌물을 얻어 먹고 못 데려간다든지, 그런 인간적인 면모가 굉장히 많아요. 다른 가택신들도 뭔가 신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친근한, 왜냐하면 장독대에도 있고, 마루에도 있고, 문에도 있고, 이런 식으로 집에 있는 어떤 존재다보니까 신이라는 느낌보다는 생활인의 면모가 보이는거예요. 그리스 같은 경우는 신들이 올림프스 꼭대기에 있잖아요. 좀 더 친숙한 느낌들, 그런 것들에 매력을 느꼈어요.

지 그게 우리 조상들의 단선적이지 않은 인간관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한데요. 진기한 변호사 같은 경우 신장급 변호사가 되지만, 그걸 거부하고 사라져서 지옥 변두리에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잖아요.

주 진기한 변호사 같은 경우는 기본적인 설정은 지장보살을 모티브로 했지만, 제가 바라는 법조인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는 거예요. 신장급 변호사가 된다는 것은 대형 로펌에 들어간다는 것과 어떻게 보면 비슷한 거예요. 그런데 더 낮은 자를 변호하기 위해서 국선변호사가 되겠다는 설정이죠.

지 작품을 보다 보면 별로 다른 사람 눈에도 안 띄고, 크게 돋보이지는 않지만, 크게 누구에게 상처도 주지 않았던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주 저는 주인공을 큰 특징이 없고, 뚜렷한 주관도 없고, 약간 비어 있는 사람으로 만들거든요. 만화학과에서 가르치는 캐릭터 작법 같은 경우에는 주인공 개성을 강하게 만들라고 가르치거든요. 저는 일부러 백지같이 만들어요. 그렇게 만들면 독자가 자기 모습을 백지에 투영시켜요. 무한동력 같은 경우도 거기 나오는 청년들의 모습을 자기에게 투영시키고, 저승편 같은 경우도 김자홍이라는 사람의 지옥 여정에 자기를 투영시키면서 내가 저질렀던 잘못들에 대한 생각을 한 번씩 해보게 되죠. 저는 그런 식으로 개성이 없는 캐릭터를 많이 활용하는 편이에요.

지 주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그런 안도감 같은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내가 크게 이루지 못했지만, 잘못 산 인생은 아니구나, 하는 위로도 얻을 수 있을 것 같구요.

주 <무한동력>도 그렇고, <신과 함께> 저승편도 그렇고, 이 만화를 통해서 독자에게 주고 싶은 정서는 위로예요. 요즘 유행하는 힐링. 저는 그걸 2008년에 했다는 거죠.(웃음) 그런 작품들을 계속하다가 이승편 같은 경우 꿈도 희망도 없는 결론이 되면서 저 자신도 괴로웠었어요.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잖아요.

지 민중미술화가였던 아버지 주재환 선생님의 영향이 있지 않았나 싶다고 했잖아요. 어머니도 화가, 외삼촌이 미술평론가 성완경 선생님이잖아요. 부인도 그림을 그리시잖아요. 예술가, 화가 가족인데요.

주 부모님이 다 화가라고 하면 제일 먼저 듣는 말이 ‘넌 왜 그렇게 그리냐?’고 해요.(웃음) 저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들이 그림 그리는 것을 많이 봤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그림 그리는 것을 직업으로 삼겠다는 것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경제적으로도 넉넉하지 못한 작업인 것 같고,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되더라구요.

지 차기 작품은 동네 당구장 얘기를 그린다고 어딘가에서 말했던데요.

주 장모님께서 당구장을 하셔서 일 좀 도와드리면서 소재를 좀 얻어볼까 했는데요. 여러 가지 기획 중에 하나구요. 아직 차기작은 딱히 정해진 것이 없어요. 일단은 <신과 함께>를 잊어버리는 작업부터 해야 될 것 같습니다. 비워내는 작업부터. 그걸 빨리 잊어버려야지, 뭔가 그리고 싶은 것이 생길 것 같아요.

지 패자에 대한 연민이랄까, 애착 같은 것이 큰 것 같아요. 대별소별전에서도 형은 굉장히 능력도 있는데도 자신을 속인 동생한테 이승의 왕을 양보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그게 현실세계의 정의에 부합되지 않는 면도 있잖아요.

주 소별왕은 나쁜 지도자를 상징한 캐릭터예요. 만화에서 민주주의를 상징한 장면이 있는데, ‘인간들에게 뭘 맡기냐?’고 하잖아요. 어떤 의미에서는 독재자를 상징할 수도 있어요. 그 전에 나오는 수명장자는 군사독재를 상징하는 캐릭터거든요. 짐승을 부린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산업화라고 할 수 있구요. 왜냐하면 생산효율이 엄청나게 좋아지니까요. 대신 사람들을 엄청나게 짓밟았다는 이야기가 누군가와 닮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등장시켰어요.

지 수명장자 시절이 좋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거기서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의 캐릭터가 확실히 생각나더라구요.

주 그렇죠. 그 후에 소별왕이 등장하는데, ‘말 안 듣는 놈들은 죽이시죠’ 하니까 ‘내가 수명장자 같은 잡놈인 줄 아냐, 난 민주적으로 할 거야’라고 하면서 사실 같은 놈인 거죠. 아니 사실은 그냥 무능한 자였던 거죠.

지 기대에 못미쳤던 민주화 정권을 은유한 셈인가요?(웃음)

주 네. 그런 것도 있구요. 지금 정권을 상징하는 대사가 마지막에 나와요. 사람들은 모든 죄를 뒤집어쓸 누군가 한 명이 필요한 게 아닐까, 그 사람을 비난함으로써 자기 마음이 편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어느 정권에서나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이게 다 이명박 때문이다’라는 말이 나오잖아요. 그 사람을 세운 우리의 잘못도 있는 거잖아요. 대별소별전은 근현대사에 대한 상징이 많아요. 원래 신화에서는 대별왕이 혼자서 태양 두 개 중 하나를 떨어뜨려요. 모두의 힘을 모으는 것은 제가 각색을 한 거죠. 태양은 절대적인 권력을 상징한 것이고, 한날 한시에 활을 쏜다는 것은 투표를 상징한 것이죠.

지 저 만화가의 작품에서는 배울 게 있다든지, 이 부분은 내가 가져오고 싶다고 하는 작품들이 있나요?

주 그런 거야 많죠. <미생> 같은 경우 취재를 통한 디테일이라든지, 감정의 흐름을 어떻게 나타낼 건지 하는 연출이라든지, 그런 것들을 볼 때마다 감탄을 하면서 보죠. 최규석 작가의 블랙유머라고 해야 되나, 이런 것도 ‘아, 역시’ 하면서 보게 되구요.

지 예전 인터뷰 보면 고우영 선생님 얘기 많이 하던데요.

주 어렸을 때는 사실 고우영 선생님 만화를 잘 안봤어요. 20대 후반에 읽고나서 정말 빠져서 모든 책을 거의 다 가지고 있거든요. <신고전열전>도 있고, <십팔사략>도 있고, <삼국지>도 있는데요. <놀부전>은 최고였어요. 놀부 나쁜 사람, 흥부 착한 사람, 이 정도로 전래동화가 얘기되는데, 놀부가 나빠질 수밖에 없는 사연, 그러니까 지금 엄청 유행하잖아요. 프리퀄이. 이들이 왜 X맨이 되었나, 혹성탈출 같은 경우는 왜 이렇게 됐는가, 하는 것을 고우영 작가님은 이미 옛날에 만든 것 같아요. 놀부가 어쩌다 나쁜 놈이 되었나 하는 사연들을 보면서 연민을 느끼게 되는 거죠. 그 와중에 깨알 같은 패러디로 현대의 모습도 보여주거든요. 땅 사고, 거기에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땅값이 오르고, 이런 요소들을 거기에 결합을 시키는데, ‘역시 최고구나’ 하는 것을 느꼈어요. 거기서 고전을 재해석하면서 거기에 현대적인 가치를 집어넣는 것의 지향점을 본 것 같아요.

지 만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세계랄까요, 그런 게 있나요? 원하는 세상 같은 것?

주 저는 항상 세상을 그리고 있어요. <무한동력>도 그렇고, <신과 함께>도 그런데요. 신화 이야기가 아니고, 현실에 딱 붙어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거대한 기획을 짠 것이 있어요. 원대한 기획인데, 관혼상제를 한 번씩 그려보면 어떨까 싶어요. 왜냐하면 관혼상제라는 것이 옛날 개념이긴 하지만, 인간이 한 번씩은 겪게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지 가장 중요한 일이죠.

주 관은 어른이 되는 것이구요. 결혼하는 것, 죽는 것, 제사지내는 것인데요. 앞으로는 결혼에 대한 이야기, 왜냐하면 주변 친구들이 결혼 적령기거나 신혼이거나 그렇거든요. 그런데 공통적으로 부딪히는 문제들이 분명히 있어요. 결혼이라는 제도라든지, 한국에서의 결혼 준비과정 이런 것들에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문제들, 그런 것들에 대해서도 언젠가는 그려보고 싶구요. <신과 함께>는 제라고 치고 있구요. <무한동력>을 관으로 쳤어요. 어른이 되는 것을 취업하는 것으로. 상이 남았는데요. 몇 년 전에 특수청소부라는 직업에 대해서 알게 됐어요. 집에서 누가 죽잖아요. 노환으로 죽든지, 자살하든지, 그것을 치우는 사람들이 있어요. 특수한 약품을 써서 시체 냄새가 밴 벽지들을 뜯어내고 새집으로 만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그걸 보면서 굉장히 숭고한 직업이라고 생각했어요.

지 - 만화가를 지망하려는 사람들에게 해줄 말은 없나요?

지승호가 만난 사람

주 - <무한동력> 같은 경우는 공모전에서 떨어진 작품이에요. <신과 함께>도 부천만화영상진흥원 입주할 때 포트폴리오로 낸 작품인데, 떨어졌어요. 작품이 좋아도 안되는 경우가 분명히 있으니까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거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탈락했다고 너무 상심하시지 말고, 꾸준히 그리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글·지승호 인터뷰 전문작가 sibidori@paran.com>
<사진·김석구 선임기자 sg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