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존스 "북한 시장 열리면 한국 기업에 엄청난 기회 될 것"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은 “(북한)시장이 열리게 된다면 (한국경제에는) 엄청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외국 다른 나라 기업들도 참여를 할 수 있겠지만 특히 한국기업들이 엄청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프리 회장은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한반도평화경제포럼 사무실에서 가진 ‘2021 특별기획 좌담회’에서 이렇게 말하고 “북한 정부만 잘한다면 시장이 좋은 만큼 (북한경제도) 엄청 잘 될 수 있다”고 말했다. 50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제프리 회장은 한국을 가장 잘 아는 대표적인 지한파 외국인으로 ‘파란 눈의 한국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제프리 존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한반도평화경제포럼에서 열린 ‘2021 특별기획 좌담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한반도평화경제포럼

제프리 회장은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서 김준형 국립외교원장과 함께 ‘바이든 시대 한미관계, 한반도 평화경제’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제프리 회장은 “북한은 인구가 2000만명이고, 이들은 (오랜 폐쇄경제로 인해) 소비를 엄청 원할 것”이라며 “(지금까지는)기회도 없고 돈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50, 60년동안 문화가 어느정도 바뀌었겠지만 (북한은) 기본적으로 한국”이라며 “경제에 기회가 주어지면 엄청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프리 회장은 “북한은 인력도 괜찮고 (인력의)교육수준도 높다고 한다”며 “북한 정부가 기회를 준다면 (북한경제는) 걱정할 게 없다”고 말했다.

북한도 한국처럼 제조업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프리 회장은 “현재 GDP대비 50%인 한국의 제조업 비중은 점차 줄어들겠지만 그래도 30%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북한도 문만 열리면 그런(제조업이 발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경제발전에 중요한 것은 북한정부 자신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현 상태라면 시장에 신뢰를 줄 수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제프리 회장은 아직까지 한차례도 방북을 해본 적이 없다. 제프리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미국기업들이 북한에 투자하려다 실패했던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미국기업에 10곳이 모여서 대북 투자를 하기로 하고, 한가지씩 프로젝트를 만들었다”며 “예를 들어 한 기업은 치약공장을 세우겠다고 했고 다른 기업은 닭공장을 세워 효율적으로 닭을 키우는 방법을 북한에 양도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제프리 회장은 “한미 정부의 승인을 받고 방북 날짜까지 확정됐는데 출발하기 일주일전 갑자기 북측에서 ‘아직 우리가 준비가 안됐다’며 몇달 뒤에 다시 오라고 하더라”며 “몇달이 지나고 출발 일주일전에 또다시 북에서 연락이 와서 안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번째 다시 오라고 해서 이번에는 진짜 간다 싶어 중국 베이징 북한대사관에서 비자를 받고 다음날 곧바로 북한에 들어가려 했다”며 “하지만 북한대사관에서 ‘일주일 더 기다리라’고 하자 미국기업들이 화가 나서 투자를 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정부는 이런 식으로 우리를 계속 실망시켰다”며 “언젠가 (남북관계가) 좋아지겠지 하고 희망을 가졌지만 지난 50년간 한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한반도평화경제포럼이 주최한 2021 특별기획 좌담회에서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왼쪽),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가운데), 제프리 존스 미국 주한상공회의소 회장(오른쪽)이 좌담회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제공=한반도평화경제포럼

그는 남북분단으로 인한 코리아디스카운트는 낮게 평가했다. 제프리 회장은 “한국인들은 계속 북한 위기속에 살다보니 이젠 신경안쓰고, 무시하고 산다”며 “아예 (북한이 공격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안하고 사는 만큼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나라기업들도 투자계획을 세울때 북한 위협때문에 다르게 생각하거나 평가하는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실체는 한국기업들의 불투명성과 부정확한 회계라고 말했다. 제프리 회장은 “과거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은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이 투명하지 않고 회사 지배구조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라며 “현재는 기업투명성, 특히 회계장부 등이 엄청 투명해져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염려안해도 된다”고 말했다. 다만 제프리 회장은 “국내 상장법인 3000개 중 정작 투자하고 싶은 기업은 200여개 밖에 없다”며 “그만큼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인만큼 중소기업도 대기업 만큼 투명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제프리 회장은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경협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면 과거보다 더 나빠졌다”며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남북 경제관계에 있어서 뭔가 좋은 일이 생길꺼라고 계속 희망을 갖고 있다”며 “그 희망을 버리면 안된다”고 말했다. 제프리 회장은 “특히 북한에 있는 국민들을 위해서, 2000만명이 조금더 편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