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秘錄환경운동25년]공추련(3) 반핵운동, 거리로 뛰쳐 나오다

‘울진 아가씨’ 김혜정의 등장과 대중화 날개 단 반핵운동

1989년 9월 30일 서울 종로2가 YMCA빌딩 앞에서 김혜정이 시민들에게 핸드마이크로 ‘핵발전소 11·12호기 건설 반대 100만인 서명운동’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여러분! 영광의 무뇌아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체르노빌 참사를 잊지 않으셨지요? 날마다 중수 누출, 불안해서 못살겠다!”
1989년 9월 30일 오후 2시경 서울 종로2가 YMCA빌딩 앞을 지나던 사람들은 핸드마이크를 통해 들려오는 앳된 여자의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핵발전소 11·12호기(영광 3·4호기) 건설 반대 서명을 독려하는 환경단체의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었다.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빨간 핸드마이크를 들고 쉴 새 없이 떠드는 20대 여성이었다.

핵문제에 무심한 사람들의 발길을 잡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공해추방운동연합(이하 공추련)의 반핵평화부 새내기 간사 김혜정(현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었다. 뒷날 ‘선동의 귀재’ ‘한전의 악녀’ ‘리틀 최열’, 심지어 나이에 걸맞지 않게 ‘환경운동의 대모’라고까지 불리게 되는 그의 중앙무대 데뷔는 이렇게 시작됐다.

‘체육관 시위’가 전부였던 시절

이 날은 환경운동사에서도 매우 뜻 깊은 날이다. 반핵운동이 마침내 ‘거리’로 나온 날이기 때문이다. 공추련이 핵문제에 전선(戰線)을 집중하고 있었지만 대중을 향해 구체적인 행동에 돌입한 것은 이 100만인 서명운동이 처음이었다.

지금이나 그때나 핵문제는 ‘환경운동의 꽃’이면서도 ‘뜨거운 감자’다. 당장 일반인의 피부에 와닿지 않는 무거운 주제인 데다 싸움의 대상 또한 매우 난해하기 때문이다. 원자력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나 관계 기관·기업 등 가시적인 ‘적’과 대적하는 것도 게임이 안 될 지경인데 에너지 시스템, 사회 구조, 심지어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명 그 자체를 운동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반핵운동은 연구소나 강의실, 서클 등과 같은 소규모 활동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반핵을 기치로 한 공추련의 출범 당시의 활동을 보면 이런 사정을 잘 알 수 있다. 1988년 7월 27일부터 8월 4일까지 청년활동가 22명이 전남 영광에 반핵농활을 간 것이 공추련 반핵활동의 시작이었다.

1989년 9월 29일 서울 향린교회에서 열린 핵발전소 11·12호기 건설 반대 100만인 서명운동 본부 발대식. 47개 재야·시민단체가 참여했다.

8월 6일에는 최열·이애주·최병수 등 시니어 활동가들이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원수폭세계대회에 참여했다. 이때 이애주 교수(현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히로시마 원폭돔이 있는 평화공원에서 ‘반핵춤’을 공연, 1만여 참석자의 심금을 울렸다. 8월 27일부터 28일까지는 공추련 정회원 24명을 포함한 38명의 반핵 관계자들이 경남 양산군 고리 핵발전소를 방문했다.

공추련 창립 직후에도 반핵운동은 조직활동 수준에 머물렀다. 해를 넘겨 1989년 4월 15일 전국핵발전소추방운동본부가 결성됐다. 이것이 지역 주민운동 차원을 뛰어넘어 전국적 전문 환경·반핵조직을 망라한 최초의 반핵연대조직이었다(박재묵, 지역반핵운동과 주민 참여, 1995년). 서울의 최열 공추련 의장(현 환경재단 대표), 부산의 최성묵 중부교회 목사(작고), 광주의 전홍준 조선대 의대 교수(현 광주환경운동연합 지도위원)가 이 조직의 공동의장을 맡았다.

이 무렵 핵발전소 11·12호기 건설과 관련해 수주전 비리문제가 표출되고 ‘한국형 원자로’라는 정부·한전측 주장에 맞서 ‘짜깁기 원자로’ ‘시험용 원자로’라는 반대측 논리가 제기되는 등 이를 둘러싼 논란이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라 있었다. 핵발전소 중수 누출, 방사성쓰레기 불법 매립, 경북 영덕·영일·울진 핵폐기장 후보지 선정 움직임 등도 반핵운동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핵발전소 인근이나 핵폐기장 후보지역 등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주민조직이 아니라 대중을 상대로 한 전문반핵운동의 공간은 여전히 옥내로 한정됐다. 4월 26일 체르노빌 참사 3주년을 기해 ‘핵발전소 반대 평화대회’를 서울 기독교백주년기념관에서 연 것이 그 한 예다.

‘원자력’이냐 ‘핵’이냐

일반 대중은 ‘중요해서’가 아니라 ‘놀라워서’ 마음을 움직이는 경우가 더 많다. 운동에도 이런 속성이 심심찮게 적용된다. 1989년 6월 9일 고리 핵발전소에서 전기보수공으로 근무했던 방윤동씨가 위암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박신우씨(1988년 10월 1일 사망)에 이어 방사능 과다 피폭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암 사망 사건이었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영광 핵발전소 직원 부인이 유산한 아기가 무뇌아였다’는 7월 29일자 ‘전남매일신문’ 보도였다. 영광 무뇌아 사건은 말하자면 ‘놀라운 것’에 해당했다. 좀처럼 대중운동의 마당에 내놓기 어려운 반핵운동에 불을 붙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1989년 9월 26일 서울 YMCA 1층 레스토랑에서 ‘핵발전소 11·12호기 건설 반대 100인 기자회견’에 이어 29일 서울 향린교회에서 47개 단체가 참가한 ‘핵발전소 11·12호기 건설 반대 100만인 서명운동본부’ 발대식이 열렸다. 본부장은 한승헌 변호사(전 감사원장), 집행위원장은 최열 공추련 의장이 맡았다.

서명은 대중운동으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유신반대투쟁도 장준하·백기완 등의 개헌청원서명운동에서 비롯됐고, 1974년 1월 긴급조치 1호 발동의 빌미가 됐다. 복잡성의 수학처럼 어렵기만 한 반핵운동의 대중화는 이렇게 그 단단히 채워져 있던 첫 단추를 풀었다.

그 뒤 풀렸다가 다시 채워지는 과정을 반복한 반핵운동의 대중화를 측정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있다. 원자력산업 옹호자와 반핵운동가들이 쓰는 용어를 사회 일반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를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 전자는 ‘원자력시설’ ‘원자력발전소’ ‘방사성폐기물’, 후자는 ‘핵시설’ ‘핵발전소’ ‘핵폐기물’ 등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단순한 관행의 차이가 아니라 자신들의 주장에 어울리는 용법을 사회적으로 확립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실제로 반핵정서가 강하던 시절 널리 사용되던 ‘핵폐기장’이 최근 유치전이 가열되면서 ‘방폐장’으로 바뀌었다. 핵폐기장은 핵폐기물처리장, 방폐장은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의 준말이다(환경운동의 중요한 부분으로서 반핵운동을 다루는 본 시리즈에서는 가능한 한 운동의 주체들이 채택한 용어를 그대로 쓰려 한다).

서울 한남동 풍치지구 해제에 항의하며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김혜정(가운데). 시위·몸싸움·연행은 그의 일상사 중 하나였다.

이처럼 인고의 세월과 어려운 과정을 거쳐 반핵운동이 ‘거리’로 나오던 날, 공추련은 멋진 보너스를 하나 덤으로 얻는다. 반핵운동의 대중화에 날개를 다는 걸출한 투사의 탄생, 바로 김혜정을 발굴한 것이다.

초가을 같지 않은 쌀쌀한 날씨 속에 진행된 이날 서명운동은 뜻밖의 성과를 거뒀다. 2시간 만에 1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낼 정도로 큰 호응을 얻은 것이다. 그렇게 된 데는 ‘특위의 천하여장군’ 김혜정의 구두 선동이 윤활유 구실을 했다는 평가가 있다(공추련은 반핵투쟁을 1989년 하반기 주력사업으로 채택, ‘11·12호기건설저지특위’를 발족시킨 바 있었다). 공추련 활동가 이수진·황상규의 글에 따르면….

“걸찍하고 구수한 울진 아가씨의 호소는 일순간에 서명대를 메운 행인에게 밀리고, 서명 용지가 부족할 정도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뿐만 아니라 인파가 밀려 가두판매에 지장이 있다고 투덜거리시던 아주머니도 서명운동의 열기와 특위원들의 열정 앞에서는 미소를 지으셨다.”(공추련 회지 ‘생존과 평화’ 제6호, 1989년 10월 30일자)

“부모가 반대하면 옳은 길이다”

김혜정을 ‘울진 아가씨’라고 표현한 까닭은 그가 경북 울진에서 올라온 지역운동가 출신이어서였다. 그는 이성실·방선민·손미경 등 공추련에 두텁게 포진한 여성활동가들과 동년배(1963년생)였다. 이들은 대부분 대학 시절부터 반공해운동의 ‘짬밥’을 6~8년씩 먹은 베테랑이었다. 그에 비하면 김혜정은 그 좁은 바닥에서도 이름도 없다가 어느 날 불쑥 나타난 신참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말석에서 고참 수발이나 들면서 한참 배워야 할 그가 어느새 맨 앞자리를 꿰찬 것이다. 공추련 여성 활동가로서 가장 오랜 경력을 가졌던 이성실(현 그림동화책 작가)의 기억을 더듬으면….

“혜정이는 20대의 어린 나이였지만 어민·농민이 많은 회의에서 아버지 같은 사람들을 자신감 있게 흔드는 스타일이었다. 말을 굉장히 잘 하고 비문(非文)이 하나도 없었다. 주민을 향해서는 주민의 언어로 말했다. 그러니 나 같은 사람은 술안주나 만들 수밖에…. 억울하지만 지역에 활동하러 가서는 전이나 부치는 게 내 일이었다.”

김혜정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선전·선동력이 탁월했다. 관계 기관과 당국이 장기간 공을 들여 주민을 설득해놓아도 김혜정이 내려가면 하루 만에 뒤집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한전의 악녀’라는 별명은 그래서 얻은 것이었다.

학생운동에 몸담은 것은 물론 구호 외치는 방법조차 배운 바 없는 그의 급격한 부상은 불가사의에 가까웠다. 이 수수께끼를 푸는 것이 환경운동이 가진 여러 가지 한계 중 한 가지 답을 찾는 길인지도 모른다.

2005년 2월 환경운동연합 제7대 사무총장 직접선거에 출마, 부산에서 유세를 벌이는 김혜정. 그는 1980년대 학번 출신의 첫 사무총장이자 첫 여성 사무총장이 됐다.

김혜정이 반핵·환경운동에 몸담은 과정은 특이하다. 우선 같은 세대와는 전혀 다른 경로를 밟았다. 대부분의 공추련 활동가는 성분이 비슷했다. 이공계 대학 출신으로서 학생운동이 폭발하던 시절 주류 학생운동 대신 전공과 유관한 과학기술운동, 그 중에서도 당시 반공해운동으로 불린 환경운동을 택한 이들이다.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동료·선후배와 공해 관련 이론을 공부하고, 최열·조중래·조홍섭·이덕희 등 윗세대의 영향권 안에서 반공해운동을 벌이면서 성장했다.

그런데 김혜정은 이런 것과 무관했다. 그는 건국대 중문과 86학번이다. 즉 이공계 출신이 아니다. 재학 시절 학생운동이나 반공해운동에 몸담은 것도 아니었다. 1982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몇 년간 직장생활을 하다 뒤늦게 대학에 들어갔지만 그마저 2학년까지 다니다 그만두었다. 그의 인생을 결정지은 계기가 바로 이 무렵 찾아왔다.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진 것이다.

경북 울진군의 어촌 죽변이 그의 고향이었다. 가난한 어부 집안의 6남매 중 둘째딸이던 그는 그 시절 보통의 여대생처럼 유복한 처지는 아니었다. 자신의 일은 물론 집안일까지 책임을 져야 했고, 동생들을 공부시키는 부담도 함께 져야 했다. 똑같은 여대생이라도 그가 세상을 보는 눈은 다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 병간호는 그의 차지가 됐다. 대학 생활도 그다지 의미가 없었다. 청춘을 쏟아부을 만큼의 가치가 없었고, 실망스럽기까지 했다. 학업을 포기하고 고향에 내려간 그는 아버지의 갱생과 함께 자신의 인생도 재설계했다. 이때 그는 평생 직업을 결정했다. 대학에 다니면서부터 이미 고민했던 문제인 만큼 그 결정은 우연한 것이 아니었다. 당시의 심경을 그는 최근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운동을 택하면서 경남 거창고의 직업 선택 10계명을 생각했다. 개척지가 아니라 황무지로 간다,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간다, 부모가 반대하면 그 길이 옳은 길이다…. 불안한 감정, 불확실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

카리스마 뒤의 눈물 많은 여인

울진에서 의미 있는 운동이라면 그것은 당연히 주민을 위한 것이었다.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그것부터 찾아야 했다. 운동은 혼자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는 지역의 뜻있는 사람을 규합했다. 다행히 군복무차 내려온 대학생, 동년배의 전교협(전교조의 전신) 교사, 고향의 의식 있는 청년 등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무렵 울진의 최대 현안이 핵문제였다. 울진 1호기가 1988년 9월 10일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50일 만에 고장을 일으켜 가동이 중단됐다. 다른 곳에서 발생한 고장과 사고도 남의 일이 아니었다. 이런 가운데 지역문제를 함께 고민하면서 공부모임을 해오던 김혜정·남상욱 등 청년그룹이 1989년 1월 2일 결성한 것이 울진반핵운동청년협의회(약칭 청협)였다.

청협은 반핵 주민운동 조직 중에서도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핵발전소 주변에 있던 기존 주민조직은 주로 보상·이주투쟁에 치중돼 있었다. 울진에도 울진생존권대책위원회라는 주민조직이 있었다. 청협의 다른 점은 이보다 본질적인 문제, 즉 반핵 자체를 모토로 한 최초의 지역조직이라는 것이었다.

공추련이 반핵운동을 주력사업으로 채택한 것에 호응이라도 하듯 청협을 비롯한 지역 반핵운동이 잇따라 조직됐다. 1989년 들어 청협에 이어 영광핵발전소추방운동연합(2월 18일), 광주환경공해연구회(3월 17일)가 결성됐다. 신안군환경보존회, 장흥 핵발전소반대대책위원회, 보성군핵발전소거부대책위원회, 고흥핵추방운동연합, 공해추방과 핵발전소 건설 저지를 위한 여수·여천시민의 모임 등도 생겨났다.

지역에서 반핵운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만나는 조직이 공추련이었다. 청협 결성 후 김혜정은 지역에서 반핵운동하기로 생각을 완전히 굳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약 6개월 동안의 병간호 덕분에 아버지의 병세가 눈에 띄게 호전됐다. 반핵운동에 전력투구할 수 있는 상황이 됐는데, 바로 그것이 더 이상 지역에서 반핵운동을 계속할 수 없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아버지 앞에서 반핵운동을 하는 것은 다시 병을 악화시키는 불효 행위였다. 그래서 그는 서울로 잠시 ‘도피’했다.

떡 본 김에 제사지내듯 서울에 있는 동안 공추련을 드나들며 고향행의 기회를 엿보던 그는 “울진에 갈 때 가더라도 그때까지는 서울에서 활동하라”는 선배 활동가의 권유를 받고 그대로 눌러앉게 된다. 어차피 운동을 하기로 한 이상 서울에서 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에서였다. 그가 공추련에서 상근을 시작한 때가 1989년 9월 초였다.

김혜정이 ‘정통 코스’를 밟은 다른 활동가와 확연히 다른 점은 학교가 아니라 지역에서 운동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역은 주민이 있는 최일선의 현장이다. 거기서 잔뼈가 굵은 그는 이론보다 체험을 통해 운동의 본질과 방법론을 터득했다. 민중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들 편에서, 그들의 언어로 말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내 언어로 체화된’ 그들의 언어다. 주민들이 가장 말하고 싶은 것을 대변하는 것, 이것이 그를 ‘선동의 귀재’로 만든 포인트였다.

다른 하나는 열정이다. 많은 환경운동가는 다혈질적이고 격정적인 그를 더 많이 기억한다. 안면도 핵폐기장 사태 때는 일주일 동안 사무실에 숙식하며 24시간 상황을 체크했다. 열정은 뜨겁지만 쉽게 식는다. 운동을 가능케 하는 것은 열정 그 자체가 아니라 식지 않는 열정이다. 식지 않은 열정을 가진 그는 ‘희열을 느끼며’ 공추련 활동과 반핵운동을 했다. 이론이 아닌 현장에 뿌리를 둔 점과 이런 식지 않는 열정이 그를 국내 환경운동의 대표주자로 성장시킨 밑거름이었을 것이다.

秘錄환경운동25년

하지만 아버지 같은 사람을 휘어잡고 후배들의 범접을 어렵게 하는 그의 강한 카리스마 뒤에는 ‘귀엽고 여리고 눈물 많은 여인’이 숨어 있었다. “집회할 때는 격정적이었지만 항상 울컥하는 게 있었고, 지역 활동을 할 때 눈물을 많이 흘렸다”는 게 그를 잘 아는 여성 활동가의 귀띔이다. 다만 이런 면모가 치열한 사회생활 속에서는 닫혀 있었을 뿐이다.
김혜정은 지난해 2월 회원 직접선거를 통해 제7대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에 올랐다.

<신동호 편집위원 hudy@kyunghyang.com>